2002년 9월 17일, 한국 경제는 격동의 하루를 보냈다.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운이 감돌면서 코스피 지수가 10개월 만에 700선 아래로 무너졌고, 정부는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 주가 폭락, 환율 급등, 금융노조 파업 유보 등 주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 코스피 700선 붕괴, 10개월 만의 최저치
2002년 9월 17일, 한국 종합주가지수(KOSPI)가 전일 대비 23.32포인트 하락한 695.59로 마감하며 10개월 만에 700선이 무너졌다. 이는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고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닥 지수 역시 4% 이상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한국 증시의 단면을 보여주며, 글로벌 정세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재확인시켰다.
🥈 정부, 증시안정대책 발표
주식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재정경제부는 긴급히 증시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증권시장안정기금의 규모를 확대하고, 기업의 자사주 매입 한도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 시도했다. 이는 급격한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응이었다.
정부의 신속한 시장 개입은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으나,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 요소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 하이닉스반도체 주가 하한가 추락
이날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의 메모리 부문 매각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우려와 D램 가격의 약세 전망이 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개별 기업은 물론 국내 증시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핵심 기업의 위기가 산업 생태계 전반과 주식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 외국인 매도세에 원/달러 환율 급등
주식 시장의 불안은 외환 시장으로 즉각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자금을 회수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며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고, 이는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주식 시장의 불안이 외환 시장으로 직접 전이되는 ‘동조화’ 현상을 통해 금융 시장의 상호 연관성을 드러냈다.
🥈 금융노조, 총파업 유보 결정
한편, 정부의 금융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이날 파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노조는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 위기 등 대외 경제 여건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하는 것이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같이 결정했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노동계의 유연한 대응으로 평가받았다.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노동계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며, 극단적 대립을 피하고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 출처
- 코스피 10개월만에 700선 무너져, 연합뉴스, 2002-09-17
- 정부, 증시안정책 발표, 매일경제, 2002-09-17
- 하이닉스, 매각협상 우려로 하한가, 한국경제, 2002-09-17
- 금융노조, 총파업 유보 결정, 한겨레, 2002-09-17